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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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퇴근길

퇴근 후 노을 진 하늘을 보며 사색에 잠기곤 했다. ‘오늘 실수한 거 없나?’ ‘아,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임에도 결과는 좋지 않게만 느껴졌다. 나를 응원해 주는 부모님을 보며 조금만 더 버텨 보자고 다짐했다.

 

한번은 직장에서 중요한 의료 물품이 분실되는 일이 생겼다. 퇴근 후에도 남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결국 나오지 않아 경위서에 시말서까지 써야 했다. 큰 실수였다. 선배들은 그럴 수 있다며 위로했지만, 나는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직장을 관두기로 마음먹었다. 사수에게 먼저 죄송하다며 그만두겠다고 인사했다.

 

사수가 물었다. “산책 좋아하지? 신입 때는 나랑 자주 했는데, 요새는 다녀?” 의아했지만 기숙사에 들어온 뒤로는 산책을 잘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다." “너 출퇴근만 하고 맨날 침대에 누워 있지? 사직서는 일단 제쳐 두고 나랑 산책부터 하자. 아니면 혼자 해도 괜찮아.”

 

그렇게 퇴근 후 선배와 산책했다. 이후 산책은 혼자서도 하는 일상이 되었다. 나를 스쳐 가는 바람, 은은한 가로등 불빛, 버스킹 하는 사람들을 눈에 담노라면 내 고민은 어느새 작아졌다. 어릴 적 좋아했던 글쓰기를 시작하고, 악기를 배우는 여유도 생겼다. 사수는 일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종종 묻는다.“ 힘들 때 헤쳐 나가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좋다고 여겨지는 방법은 내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같은 질문을 받으면, 직장 생활을 버티는 힘을 알려 준 그 때의 사수, 지금의 여자 친구라고 말한다.

 

 

 

강진구 | 경북 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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