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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마지막 인사

 

요양 병원 원무과에 입사한 지 어느덧 칠 년째다. 병원 특성상 오래 만난 보호자들이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갓 입사했을 적 한 환자의 며느리가 병원을 찾았다. 그녀는 매일 극진하게 시어머니 식사를 챙기고 이틀에 한 번씩 간식을 가져왔다.

 

어느 날부터 그녀는 살이 빠지고 면회가 뜸해졌다. 병원비에 대한 질문이 늘어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영수증 좀 봐 달라’부터 ‘검사가 잦은데 원래 이러냐’는 푸념까지 이것저것 물었다. 어르신 입원비에 문제가 있나 싶어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으면 말끝을 흐렸다. 그녀의 잦은 질문에 나는 예민해졌다. 입원비로 화내는 환자가 종종 있는 터였다. 

 

그녀의 방문이 점점 뜸해지며 말을 나눌 일도 자연스레 줄었다. 혼자 당직을 선 주말, 마른 손을 흔들며 그녀가 찾아왔다. “오랜만이지

요. 인사할 수 있을 때 여기부터 왔어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간 암 치료를 받았는데, 이제 맞는 약이 없다네요. 치료비가 부담스러운데, 물어볼데가 없어서 많이 괴롭혔어요. 친절히 대해 줘서 고마웠어요.”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랐고, 본인 치료도 힘들 텐데 문병까지 다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얼마 뒤, 그 어르신이 외출을 하려 아들과 원무과를 찾았다. 어르신 손에 들린 외출 신청서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유는 ‘며느리 장례식장 방문’. 나는 그녀가 내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는 걸 깨달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져 진정하는 데 한참 걸렸다.

 

일하다가 힘들면 그녀의 인사를 떠올린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도 기댈 곳이 필요할 것이다. 그녀를 기억하며 ‘보호자의 보호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집을 나선다.

 

문지혜 님 | 부산시 금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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