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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특집] 춤추는 골뱅이

 

 

육 년 전 겨울, 우리 집은 통골뱅이 전문 식당을 차렸다. 부모님이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오랫동안 운영한 세탁소를 처분하고 벌인 사업이었다. 부모님 지인이 제안해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꾼 돈으로 ‘춤추는 골뱅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개업 초에는 꽤 수익이 났으나 갈수록 손님이 줄었다. 제때 월급을 주기도 힘들어지니 직원 모두 그만두었다. 동업자도 연락이 끊겼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와 나 둘이서 가게를 운영했다. 어머니는 마트에서 일했다. 나는 서빙, 아버지는 조리를 담당했다. 열 팀 이상 받은 날엔 퇴근길에 순댓국을 사 먹었다. 간혹 장사가 잘되는 날도 있어 곧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한데 이듬해 여름 메르스가 유행했다. 간간이 있던 단골도 오지 않고 매출이 0원을 찍는 날이 늘었다. 결국 식당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밀린 임대료를 내려 차를 팔았다. 아버지는 가게에서 밤을 새다 첫차를 타고 집에 왔다. 반대로 내 퇴근은 막차 시간에 맞춰 빨라졌다.

 

하루는 근처 대형 마트 직원들이 회식하러 왔다. 단체 손님은 처음이라 잔뜩 긴장했다. 아버지도 그랬는지 주문이 밀려들자 허둥대기 시작했다. 요리가 지체됐다. 손님들은 언제 나오냐고 따졌고, 아버지는 내게 위층 창고에서 재료를 가져오라고 연신 재촉했다. 환풍구를 통해 올라온 주방 열기 탓에 갈 때마다 기절할 듯 숨이 막혔지만 열심히 오르내렸다. 구슬땀을 흘리며 재료를 건네면 밖에선 술을 달라고 화를 냈다.

 

그때 갑자기 현실이 확연히 다가왔다. 몇 푼 벌겠다고 가게를 지키며 골뱅이만 만지는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 와중에 예상 매출을 확인한 아버지가 끝나고 순댓국을 사 먹자고 했다. 한데 그 말이 그날따라 얄밉게 들렸다. 

 

손님이 갈 때까지 대꾸도 않다가, 계산을 마치자마자 엉망이 된 홀을 두고 가게를 나가 버렸다. 아버지 전화도 받지 않았다. 매정하게 나왔으면서도 찜찜해 잠에 들지 못했다.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가게 시시티브이를 확인했다. 러닝셔츠 차림으로 바닥을 대걸레로 닦는 아버지가 보였다.

 

“너는 자느라 모르지? 아빠가 캄캄한 데서 혼자 뭘 하는지.” 어머니가 한숨 쉬며 한 말이 생각났다. 청소를 마치고 주방에서 반찬을 만드는 아버지를 바라보다 서러워 한참을 울었다. 기댈 데 없는 아버지가 불쌍하고, 화를 낸 게 미안했다.


아버지는 금은방을 차리겠다는 사람에게 가게 자리를 넘긴 뒤 여러 일터를 전전하고 있다. 지금은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 나는 재작년에 방송국에 취직했다. 편집실에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지만, 식당에서 고생한 때에 비하면 하루하루가 달다.

 

“퇴근하고 집에 바로 오세요?” 아버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식구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아버지에게 따듯한 골뱅이탕을 대접하고 싶다. 냄비에 넣은 골뱅이가 끓는 물에 뒤섞여 춤춘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듬뿍 우러나길 바라 본다.


정송희 님 | 서울시 서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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