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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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신발 주인

 

 

딸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날이 더워지는 듯해 미리 사 둔 여름 신발을 신겨 보니 그새 발이 컸다. 

 

휴대 전화에 중고 거래 앱을 깔고, 산 가격과 비슷하게 판매 글을 올렸다. 손해를 덜 보려는 내 심보를 알았는지 시간이 지나도 전화 한 통 오지 않았다. 

 

민 끝에 가격을 내리자 연락이 왔다. “샌들 거래되었나요?” 아이 물건을 거래할 때면 공감대가 형성돼 이모티콘도 보내고, 에누리를 요구하며 애교를 부릴 법도 한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내가 출근길에 우리 집 경비실에 물건을 맡기면 그녀가 퇴근 후 찾아가기로 했다. 막상 얼굴도 못 본 채 물건을 가져가라고 하려니 마음이 쓰여 사탕 몇 개를 같이 포장하고 쪽지를 남겼다. “먼 길 오신다고 고생하셨어요.”

 

그날 저녁 그녀가 신발, 사탕 사진과 함께 이모티콘을 보냈다. 잘 맞으면 좋겠다고 답장한 뒤 티브이에 빠진 딸을 힐끗 쳐다보았다. ‘키나 크지, 발부터 크니? 손해 좀 봤네.’ 한참 뒤에야 그녀의 답장을 확인했다. 

 

“조금 커도 괜찮아요. 저희 딸아이는 뇌성 마비라 아직 걷지 못하지만 예쁘게 신기려고요.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덜 손해 보려 한 내가 부끄러웠다. 한참 망설이다 답장했다.“ 신발이 진짜 주인을 만난 것 같아 기쁘네요. 따님과 행복하게 지내세요.”

 

김정은 님 | 대구시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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