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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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새벽 햇살]상처 너머로

나는 외아들로 태어났다. 공장에서 맞벌이하는 부모님은 늘 다퉜다.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의 일방적인 폭언과 폭행이었다. 티브이며 전화기 모두 아버지 손에 부서졌다. 어린 나는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할 생각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괴롭힘을 못 이겨 가출을 반복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두 해가 지난 무렵, 주임 선생님이 나를 교무실로 데려갔다.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한달음에 어머니 품에 안겼다. 그간의 설움을 토하듯 펑펑 울었다.

 

다시 평화가 찾아왔지만 나는 두려움을 안고 살았다. 수업 시간이면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어머니가 또 가출했을까 봐 애가 탔다. 학교가 끝나면 가장 먼저 교실을 나가 집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어머니가 있는 것을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다.

 

아버지의 계속되는 술주정으로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니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주저앉아 눈물을 터뜨렸다.

 

어머니가 사라지자 아버지의 폭력은 나를 향했다. 나는 청소를 깨끗이 하지 않았다고, 설거지가 늦었다고 맞아야 했다. 아버지가 무서워 그저 잘못했다고 빌었다.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기도 했다. 어머니의 부재가 티 나지 않도록 애썼으나 도시락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같은 김치라도 어른 손길이 닿은 것과 내가 싼 것은 정갈함에서부터 달랐다.

 

나는 학교에서 더럽고 냄새나는 애로 불렸다. 짝꿍을 바꾸는 날에는 다들 내 옆에 앉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악몽 같았던 초등학생 시절,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거나 내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에 입학하며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나는 거칠어졌다. 아버지에게 저항하고 가출을 일삼았다.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값비싼 옷이나 신발을 빼앗았다. 싸움에 연루되기도 했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병원을 오가다가 지금은 죗값을 치르는 중이다.

 

나는 내 인생이 잘못된 이유를 아버지에게서 찾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가장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손찌검하지 않고 온화한 손길을 내밀었더라면……. 진저리 나게 미웠지만 먼 곳까지 접견 온 나이 든 아버지를 보면 나도 모르게 측은했다.

 

아직도 어린 시절 상처가 깊숙이 남은 듯하다. 나는 자주 욱하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 어둡고 좁은 방에서 종일 머물며「 좋은생각」을 읽기 시작했다. 볼수록 마음이 변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내 극복하는 사람들의 사연은 내게 ‘조금만 힘을 내 봐요. 당신에게도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속삭였다.

 

힘들수록 고마움의 말로 하루를 시작했다는 어떤 이의 말이 인상 깊었다. 마음을 고쳐먹자 이곳에서도 고마움을 느낄 거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창살 너머로나마 높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창밖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외로움을 달래 주는 듯했다.

 

그동안 아버지에게 편지를 한 번도 보낸 적 없는데 처음으로 쓰려 한다. 건강하게 낳아 주어 고맙다고, 이제 내가 보호자가 되겠다고. 앞으로는 마음을 넓혀 다른 사람을 보듬고, 곳곳에 보물처럼 숨은 고마움을 찾으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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