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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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만두

 

그녀가 부린 사치는 단무지였다.“ 만두 먹을 때는 꼭 단무지가 있어야해.” 

 

내가 만두만 들고 간 날에는 투정을 부렸다. 그 모습이 밉지 않았다. 집에서도, 나가서 데이트할 적에도 주로 만두를 먹었다.

 

나는 한여름에 막노동을 다녔다. 그녀는 하루도 쉬지 않는 나를 못마땅해하며 굳이 고생스러운 일을 해야 하느냐고 토라졌다. 어쩔 수 없었다. 일당은 대학생인 내게 꽤 큰 금액이었다. 

 

등록금, 생활비 등을 해결할 만큼 돈이 생겼을 때 고급 레스토랑에 갔다.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온 그녀는 입구에서 조금 멈칫했지만 태연한 듯 들어갔다. 

 

리를 안내받은 그녀가 빠르게 메뉴판을 훑었다. 한참 보기만 하기에 내 마음대로 파스타, 스테이크, 샐러드를 주문했다. 그녀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두 개만 시켜도 될 것 같은데…….” 

 

막상 음식이 나오자 디저트까지 싹 먹었다. “만두같이 생겼다, 너.” 먹는 모습을 보며 웃었더니 그녀도 따라 웃었다.

 

그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 미리 계산했다. 그녀는 뒤늦게 계산대로 가서 영수증을 확인했다. 십만 원이 넘는 액수를 보고는 식당에서 나가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끅끅대며 말했다.“ 고생해서, 돈, 내가, 먹는다고, 싫어.”“ 피 터진 물만두 같아.” 내 말에 그녀는“ 웃겨.” 하며 안겼다.

 

가난했던 그 시절 그녀가 좋아한 만두는 나를 향한 사랑이었다.

 

 

임효원 님 ㅣ 경기도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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