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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특집] 둘째의 질문


“엄마는 내가 좋아, 언니가 좋아?”

둘째가 물었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르고, 아이가 말했다.


“엄마 뭐 해? 고민하는 거야? ‘둘 다’라고 해야지. 하하.”

아이는 유쾌하게 웃는데 나는 민망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왜 고민했을까? 당연히 그렇게 답했어야 하는데…….


첫애를 낳고 삼 년쯤 지나 둘째를 가졌다. 정기 검진도 꼬박꼬박 받았다. 그런데 예정일이 몇 주 남은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아이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편은 계속 의사 선생님과 얘기했지만 나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난 거지?’ 


나는 곧 차가운 수술실에 누웠다. 의사 선생님은 숨이 멎은 아이를 배 속에서 꺼냈다.


며칠을 울었는지 모른다. 배에서 아무 낌새도 느끼지 못한 내 잘못인 것 같았다.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중 남편이 이야기했다. 이제 그만 첫째한테 신경 좀 쓰라고.


건성건성 가던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새벽 예배까지 가며 신앙생활에 매진했다. 그렇게라도 내 죄를 용서받고 싶었다. 어느 새벽 열심히 기도하는데 무언가 번뜩 내 머리를 스쳤다. 이 또한 신의 뜻 아니었을까? 신이 내게 세상의 또 다른 한 생명을 구원하라는 사역을 내려 준 게 아닐까.


남편과 상의해 둘째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다. 절차는 복잡했다. 기관에서는 우리에게 입양할 자격이 있는지 다방면으로 조사했다. 정신적 문제는 없는지, 재력은 어느 정도인지, 부모로서 책임감은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 양육 환경이 안전한지 확인했다. 자격을 부여받은 뒤에도 기다려야 했다. 입양을 원하는 가정은 생각보다 많았다.


우리는 보석 같은 둘째를 공개 입양했다. 아이는 일찍부터 자신에게 두 명의 엄마가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아이가 생모를 원망하거나, 자신이 버려진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게 하려 노력했다. 생모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 마음에 그늘이 드리워지는 것이 싫었다. 마냥 맑고 티 없이 자라 주길 바랐다.


그런데 아이가 그 질문을 한 순간 멈칫했다. ‘나에게서 무슨 티가 났을까? 부족한 것이 있었나?’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나는 아이의 질문에 왜 멈칫했을까? 어쩌면 둘째에게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마음에 첫째와 둘째 사이에 금을 긋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 금은 존재하지 않는데…….


둘째가 아무렇지 않게 물을 때 나도 거리낌 없이 되물었어야 했다. “그럼 너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어리석은 나는 아이에게서 또 하나를 배웠다.


이성미 님 | 경기도 고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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