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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엉뚱 공작소

“윙.” 수업이 끝난 시간이지만 교내는 학생들의 드릴 소리로 가득하다. 책걸상 대신 작업대가 있고, 교실 뒤편에는 공구가 다양하게 걸렸다. 수납장엔 목재와 전선이 들었다. 여느 목공소 부럽지 않다.

 

사실 이곳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용하지 않는 실과실이었다. 교사들은 남는 교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학생들은 이 공간을 직접 바꾸어 보겠다며 여러 의견을 냈다. 회의와 토론을 거친 끝에 필요한 물건을 손수 만드는 목공실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공사 역시 학생들 손을 거쳤다. 꼬박 일 년이 걸렸다. 이름은 엉뚱 공작소. 엉뚱한 생각에 날개를 달아 주고자 붙인 이름이다. 담당 선생님이 조명 회사 이벤트에 응모하여 LED(엘이디) 조명을 협찬받기도 했다. 전구를 교체하고 레일 등을 달았더니 제법 분위기가 났다.

 

지난가을, 공작소의 첫 활동이 시작되었다. 사 층 연결 통로에 있는 장식장과 게시판을 철거했다. 그런 다음 벽에 나무판자를 대고 책상과 의자를 만들었다. 아늑한 간이 쉼터가 탄생했다. 여기서 방과 후 학교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한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벽화를 그리고 탁자와 의자를 조립해 다목적실을 만들기도 했다. 고학년 학생들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숙제도 하고, 영화도 보는 공간이다. 쓰레기통, 의자는 물론 간이 무대에 필요한 물건도 직접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쉼터마다 평상을 제작했다. 선생님들에게도 필요한 물건을 주문받았다. “선생님, 졸업하기 싫어요. 중학교엔 공작소가 없잖아요.” “중학교, 고등학교에도 우리 학교처럼 공작소가 있으면 좋겠어요.” 졸업을 앞둔 6학년 학생의 귀여운 투정에 웃음이 났다.

 

“교장 선생님, 이 층 쉼터 앞 화장실 실내화 보관함을 이렇게 만들면 어떨까요?” 작은 머리핀부터 화분 받침대, 조명 기구, 가구 등 무엇이든 척척 만드는 엉뚱 공작소에서 아이들은 꿈과 행복을 키워 간다.

 

유혜경 님 | 광주 마지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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