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둘이 행복하게

“혼자 외롭게 살지, 둘이 괴롭게 살지 결정해.” “아니야, 나는 둘이 행복하게 살 거야!” 친구의 물음에 자신 있게 외치며 이 년 전 결혼했다. 신혼의 기쁨은 잠시였다. 삼십 년 동안 다른 삶을 산 남녀가 함께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쌓여 있는 설거짓거리나 쓰레기는 늘 내가 치웠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엔 집안일이 밀린 광경을 보면 화가 났다. “왜 매번 내가 치워야 해? 해 놓으면 안 돼?”

 

남편이 서운해한 적도 있다. 남편은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반면 나는 집중력이 부족한 편이다. 나한테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면 대화 중에 딴생각을 했다. 남편이 말했다. 

 

“내 말 무시해? 아까 한 얘긴데 기억 안 나?” 일 년 동안 많이 싸웠다.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사소한 일로. 그러면서 서로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사실 둘이 같은 게 더 이상하다. 생각, 습관, 자라 온 환경이 다르니까. 

 

나와 다름을 인정하자 잔소리도 줄어들었다. 상대를 나의 틀에 맞추지 않기. 나와는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기. 나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상대의 자유도 존중하기. 우리가 치열하게 싸우고 대화하며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다. 

 

친구 말대로 결혼 생활은 괴롭지만 인간으로서 성숙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친구에게 말할 수 있다. “둘이라서 괴로운 만큼 행복한 게 결혼이다.”

 

변효지 님 | 서울시 송파구

 



 


고객문의

  • 정기구독02 - 337 - 0332
  • 다량문의02 - 330 -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