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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운동화 끈

손재주가 없는 나는 운동화 끈도 잘 묶지 못한다. 겨우 리본 모양으로 매듭지어도 금세 풀린다. 이 사소한 일이 왜 그리 어려운지. 언젠가부터 운동화 끈이 풀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걷다가 멈춰 묶기를 반복하다 지쳐 버린 것이다. 포기하니 편했지만 남들이 칠칠치 못하다고 할까 봐 조금 걱정되었다.

 

며칠 전,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다 엉뚱한 곳에 내렸다. 길치인 데다 생전 처음 보는 곳에 똑 떨어지니 우왕좌왕했다. 결국 한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었다. 저기 은행 보이지예? 거기서 왼쪽으로 꺾으면 금방이라!” 고맙다고 인사하고 돌아서려는데 아주머니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학생, 운동화 끈 풀렸으예.” 그 말이 좋아서, 나는 잠시 서 있었다. 길이야 내가 물어본 것이지만 남의 운동화 끈까지 걱정해 주는 이는 얼마나 될까? 생각지 못한 친절을 덤으로 받은듯해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 후로도 종종 운동화 끈 풀렸다고 알려 주는 이를 만났다.

 

하루는 여름 소나기가 쏟아졌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나는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았다. 그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는 아주머니가 말없이 내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 주었다. “고맙습니다.” “어디까지 가예?” “저 횡단보도 건너서 직진이요.” “내랑은 반대네! 그래도 저까지 씌워 줄게예.”

 

짐이 한 아름인데도 우산을 받쳐 준 그 마음을 잊을 수 없다. 헤어져야 할 길목에서 우산 없이 뛰어가는 나를 걱정 어린 눈길로 바라본 것도. 운동화 끈이 풀렸다고 알려 주고, 우산을 내주는 타인의 소소한 친절. 운동화 끈을 묶을 때마다 그 마음들이 떠오른다.

 

박소연 님 ㅣ 서울시 서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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