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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다섯 살의 사랑

결혼 십 년 차남편을 볼 적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절대 변하지 않겠구나.” 남편에 대한 실망과 결혼 생활의 답답함이 쌓여 갔다충만했던 사랑은 온데간데없고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역할만 고스란히 남았다.

 

어느 아침이었다바삐 출근 준비를 한 남편이 다섯 살 딸 다은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빠 다녀올게인사해 줘.” 식탁에 앉아 있던 아이는 고개를 획 돌려 외면했다실망한 남편은 어깨가 축 처진 채 출근했다그 뒤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빠사랑해.” 아빠 앞에서는 인사도 잘 안 하면서 뒤늦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다은이는 어떤 마음일까아빠가 안거나 뽀뽀해 주지 않아서일까아니면 아빠랑 놀고 싶은데 가야 해서 서운한 걸까?’ “다은이는 아빠 사랑해?” 아이는 단호하게 답했다

 

아니엄마만 사랑해.” 순간 멈칫했다늘 바쁜 데다 취미 생활을 즐기는 남편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서로 사랑을 쌓을 틈도 없었다아이도 나처럼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을까코끝이 찡했다.

 

그런데 왜 사랑한다고 말해?” 아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노력하는 중이야.”아이를 왈칵 끌어안으며 울어 버렸다. ‘나도 못하는 걸 너는 하고 있었니사랑은 노력으로 안 된다며 투정 부리고 마지못해 살았는데다섯 살인 너는 그 힘든 감정을 만들어 가고 있구나엄마도 노력해 볼게고마워다은아.’

 

장윤희 님 강원도 평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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