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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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애호박 사세요

나는 군산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한다. 새로 나간 모임에서 누군가 내게 질문했다. “장사하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손님과 싸운 일은 강렬히 남았어도 행복한 기억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그 질문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래도 일을 시작한 지 3년째다. 언젠가 하루쯤은 눈물 쏙 빠지게 행복한 날이 있지 않았을까?

 

그날 이후 하루하루를 좀 더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는 중에 ‘이런 게 행복이 아닐까’ 싶은 순간이 왔다. “손님, 오늘은 애호박을 사셔야 합니다.” “왜요?” “잘 안 팔립니다. 하하.” “뭐예요, 호호. 애호박은 아직 집에 남았는데.” “괜찮아요. 저도 그냥 말 걸고 싶어서 그랬어요.”

 

애호박을 소재 삼아 손님과 이야기하며 웃을 때, 과자를 선물받은 아이가 엄마를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볼 때, 아이에게 풍선으로 꽃을 만들어 주자 세상을 다 가진 듯 함박웃음 지으며 좋아할 때……. 이런 일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 특별해 보이는 일은 아닐지라도 이웃과 대화하고 웃음을 나누는 순간 물통에 물감이 퍼져 나가듯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어쩌면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을 모르는 것처럼 행복할 때는 행복한지 모르는 것일지도.

 

나태주 시인은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대단한 사건이나 수중에 큰돈이 없더라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함께 웃으며 이야기 나눌 이웃이 있어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지도 모른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 “손님, 오늘은 애호박을 사셔야 합니다!”

 

김경욱 님 | 마트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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