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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보물찾기

휴일 저녁, 엄마와 거실에 나란히 앉아 티브이를 보았다. 부모가 출근하거나 혼자 유치원에 가야 할 때마다 우는 아이가 등장했다. 엄마가 말했다. “꼭 너같다.” 나도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곧잘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엄마는 어느날부턴가 내 습관이 차츰 고쳐졌다고 했다. 내가 되물었다. “기억 안 나? 엄마가 선물 숨겨 두고 갔잖아. 출근하기 전에.”

 

내가 일어나면 엄마는 이미 출근해 집에 없었다. 매번 안방으로 달려가 엄마 베개 냄새를 맡으며 울곤 했다. 나를 달래는 것은 외할머니 몫이었다. 할머니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엄마가 집에 선물 숨겨 두고 갔어. 찾아볼래?” 나는 선물이라는 말에 얼른 눈물을 닦았다. 그러곤 온 집 안을 돌아다니며 선물을 찾기 바빴다. 선물은 날마다 달랐다. 리본이나 방울이 달린 머리 끈,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 초콜릿 과자……. 숨긴 장소 또한 늘 달랐다. 소파 구석, 피아노 의자 안, 베란다 창문 커튼 사이 등등. 나는 보물을 찾고 나서야 유치원에 갈 준비를 했다.

 

엄마는 도통 기억을 못하는 눈치였다. 내가 길게 설명하자 엄마 표정이 더욱 묘해졌다. 엄마는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한 번도 네 선물을 산 적이 없어. 네가 어려서 잘 몰랐겠지만, 그때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려웠거든. 아침에는 출근 준비만으로도 벅찼고.” “그러면 그 선물은 다 뭐야?” “할머니가 준비한 거겠지.”

 

사실을 알고 나니 멍해졌다. 엄마와 나만의 소중한 추억이라고 여겼는데, 우리 둘을 위한 할머니의 손길이었다니. 생각해 보면 일하느라 바쁜 엄마는 내가 무슨 캐릭터를 좋아하고 어떤 과자를 즐겨 먹는지 잘 몰랐을 것이다. 아기 때부터 나를 키운 할머니라면 모를까. 게다가 선물은 내가 잘 찾을 수 있는 눈높이에 숨겨져 있었다.

 

티브이 속 아이는 어느새 방긋방긋 웃으며 놀고 있었다. 엄마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우리 엄마가 널 그렇게 키웠구나.” 엄마 얼굴에는 웃음과 그리움이 섞여 있었다. 그날 나는 할머니 생각이 나서 밤잠을 설쳤다.

 

김연수 님 | 인천시 계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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