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장바구니0

이달의 좋은생각

[특집] 신의 위로

회사에서 갑자기 배에 큰 통증을 느꼈다. 허리를 펴지 못하고 식은땀만 흘렸다. 근처 병원에 가니 염증 수치가 높다며 종합 병원에 가라고 했다. 나는 종합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한 뒤 응급실에 누워 결과를 기다렸다. 한참 뒤 의사는 급성 신우염이라며 최소 일주일은 입원해 항생제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병원 천장을 보면서 웃었다. 드디어 쉴 수 있구나. 경미한 교통사고라도 당해서 딱 3일만 입원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업무에 시달릴 때였다. 

 

나는 2인실에 입원했다. 옆 침대 여자 환자는 사십 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나는 커튼을 치고 내리 잠만 잤다. 세수도 양치도 하지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았다. 몇 날을 굶은 사람이 음식을 허겁지겁 입에 넣는 것처럼 잠을 먹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옆 침대 여자와 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꾸준히 자신의 간식을 내게 건넸다. 어느 날 그녀가 환자복을 주며 갈아입으라고 하더니 직원에게 내 침대보를 교체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리둥절한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어디 염증이 있는 모양인데, 그러면 위생이 중요하잖아요.” 그러곤 머리는 왜 안 감는지 물었다. 당황했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첫째는 귀찮아서이고 둘째는 팔에 링거를 꽂은 채 머리를 감으면 주삿바늘이 더 쑥 들어갈까 봐 무섭다고.

 

그러자 자신은 주사를 가슴에 맞고 있으니 양팔이 자유롭다며 머리를 감겨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제야 몇 마디 나눈 사람 손에 이끌려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어설프게 쭈그려 앉은 내 머리를 정성스럽게 감기고, 말리고, 빗어 주었다. 나는 며칠 만에 상쾌한 기분으로 누워서 그녀에게 병명을 물었다. 악성 림프종으로 항암 치료를 받는 중이란다. 자신도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 텐데 생면부지인 내게 친절을 베푼 그녀에게 감동했다.

 

그녀가 베푼 친절은 퇴원 후 일상을 사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지친 나에게 신이 잠시 찾아와 위로해 주고 간 것 같았다. 이후 나는 거칠게 항의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민원인을 만나면 ‘내가 저 사람에게 처음으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도 이렇게 친절하겠지. 그리고 친절을 입은 사람들은 나처럼 그녀가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 마음이 전부 합해져 그녀가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 힘이 되면 좋겠다.

 

이은미 님 | 경기도 수원시

 

       


고객문의

  • 정기구독02 - 337 - 0332
  • 다량문의02 - 330 -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