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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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사랑하면 변한다

한 달여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며 내심 기대했다. 우리 집 강아지가 얼마나 열렬하게 나를 맞아 줄지. 콧노래를 부르며 현관문을 열었다. 고요했다. ‘엄마가 얘를 데리고 산책 나갔나?’ 한데 엄마의 운동화는 그대로 있었다. 걱정되는 찰나 내 방 침대에 벌러덩 누워 있는 강아지가 보였다. 배낭을 내팽개치고 달려가 껴안았다. 녀석은 그제야 내 얼굴을 핥았다.

 

우리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녀석을 데려왔다. 다른 강아지들에 치여 구석에서 떨고 있던 아이였다. 녀석은 집에 온 뒤로도 얼마간 우리 눈치를 봤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고 손님이 오면 침대 밑으로 숨었다. 그런 녀석이 이제는 내 방 침대에 평온하게 누워 있다. 사랑받은 티가 줄줄 흘렀다. 처음 만났을 때의 까슬한 털과 탁한 눈동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날 밤 엄마 옆에 누워 그 일을 말했다. 엄마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내가 서열 4위로 밀려난 거라고 했다. 

“너 없는 사이에 네 방도 걔 줬어.” 

“너무하네.”

“처음엔 털도 지저분하고 얼굴은 시꺼먼 게 못생겨 보였는데 정붙이고 나니까 사랑스럽기만 하더라.” 

 

나와 아빠는 귀여워할 줄만 알았지, 실질적으로 녀석을 키운 건 엄마였다. 하지만 매일 안고, 산책시키고, 씻기면서도 엄마가 녀석에게 곁을 내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상처 때문인 듯했다. 그런 엄마가 녀석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 것이다.

 

〈동물농장〉 보면 어쩜 저렇게 생겼나 싶은 개들도 나오잖아. 근데 정붙이고 나면 마냥 귀엽단 말이지. 사실 사람도 그래. 우리끼리는 예쁘다, 못났다 기준을 나누지만 우리를 만든 신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예뻐 보이지 않을까?”

 

문득 여행지에서 찍은 내 사진을 보며 “이건 눈을 감았고, 이건 턱이 비뚤어지게 나왔어.” 하고 여러 장을 삭제한 게 떠올랐다. 생각이 깊어지는 밤, 녀석은 코까지 골며 우리 다리 사이에서 잠들었다.


이유진 님 | 서울시 강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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