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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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특집] 결혼하고 싶은 남자

“팔이 아직도 안 좋니?”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남동생의 팔은 파스로 가득하다. 그래도 늘 괜찮다고만 한다. 기특하면서도 안쓰럽다. 우리 삼 남매는 어려서 아빠를 병으로 잃었다. 하여 엄마가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나는 동생이 엄마를 찾으며 보챌 때마다 말했다.

 

“엄마는 밤에야 오신다고. 울어 봤자 소용없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동생은 사춘기 때 방황하며 온 가족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결혼하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내를 위하고 두 아들을 사랑하는 성실한 가장으로 변한 것이다. 동생은 휴대 전화 대리점을 하며 열심히 일했다. 한데 올케가 친정집을 돕다가 파산하고 말았다. 내가 동생이라면 이혼하든가 장인, 장모에게 따져 물을 텐데 남동생은 그러지 않았다. 

 

“집사람도 불쌍하잖아. 어차피 같이 살 거 굳이 따져서 뭐해.”

남동생이 바보 같았다. 하나 달리 생각해 보니 든든하고 사랑 많은 가장이었다. 불행은 함께 온다 했던가. 파산한 것도 모자라 휴대 전화 대리점까지 주변 상가의 몰락으로 문을 닫았다. 남동생 가족은 거리에 나앉을 형편이 되고 말았다.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남동생 가족을 우리 집으로 불러들였다. 겨우 숨을 돌린 남동생은 택배 회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일하던 중 물건이 넘어지는 바람에 크게 다쳐 돈을 벌기는커녕 병원비까지 보태야 했다.

 

아!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술에 빠져 팔자타령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남동생은 아니었다. 더 꼿꼿하게 불행의 파도를 요리조리 넘어갔다. 언젠가 한 번은 어떻게 그리 매사에 긍정적인지 물었다.

 

“나에겐 보물이 있잖아. 사랑하는 아내, 두 아들 그리고 엄마,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는 누나까지! 하하.”

남동생은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몇 년간 무사고로 일하다 드디어 삼 년 전, 개인택시를 마련했다. 차를 뽑은 날,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제 큰 조카는 대학교 1학년, 작은 조카는 중학교 3학년이다. 여전히 돈 들어갈 데가 많지만, 동생은 파스를 달고 살면서도 늘 웃는다. 새벽녘에야 들어와 밥을 먹는 탓에 나날이 배가 나오는 모습이 안타깝다. 비빌 언덕으로서 남동생 운동비쯤은 또 투자해 줘야겠다. 가끔 이런 남편과 아빠를 둔 올케와 조카들이 부럽다. 남동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다시 태어나면 너 같은 남자랑 결혼하고 싶다.”

“좋은 생각이야. 근데 쉽지 않을걸. 전생에 나라를 세 번 정도는 구해야 하지 않을까?”

남동생의 답장이 정답이다.

 

이경숙 님(가명) | 서울시 강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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