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카테고리

좋은생각 1월호를 소개합니다
2018.12.07   조회수 : 6,241    댓글 : 0개

‘다시’ 새해를 맞이합니다.

 

‘다시’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꿈꾸고,

다시 사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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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엉뚱 공작소new
2019.12.06   조회수 : 152    댓글 : 1개
“윙.” 수업이 끝난 시간이지만 교내는 학생들의 드릴 소리로 가득하다.책걸상 대신 작업대가 있고, 교실 뒤편에는 공구가 다양하게 걸렸다. 수납장엔 목재와 전선이 들었다. 여느 목공소 부럽지 않다.사실 이곳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용하지 않는 실과실이었다. 교사들은 남는 교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학생들은 이공간을 직접 바꾸어 보겠다며 여러 의견을 냈다. 회의와 토론을 거친 끝에필요한 물건을 손수 만드는 목공실로 탈바꿈하기로 했다.공사 역시 학생들 손을 거쳤다. 꼬박 일 년이 걸렸다. 이름은 엉뚱 공작소. 엉뚱한 생각에날개를 달아 주고자 붙인 이름이다. 담당 선생님이 조명 회사 이벤트에 응모하여 LED(엘이디) 조명을 협찬받기도 했다. 전구를 교체하고 레일 등을달았더니 제법 분위기가 났다.지난가을, 공작소의 첫 활동이 시작되었다. 사 층 연결 통로에 있는 장식장과 게시판을 철거했다. 그런 다음 벽에 나무판자를 대고 책상과 의자를만들었다. 아늑한 간이 쉼터가 탄생했다. 여기서 방과 후 학교를 기다리는학생들이 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한다.아이들은 선생님과 벽화를 그리고 탁자와 의자를 조립해 다목적실을만들기도 했다. 고학년 학생들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숙제도 하고,영화도 보는 공간이다. 쓰레기통, 의자는 물론 간이 무대에 필요한 물건도직접 만들었다.지난해에는 쉼터마다 평상을 제작했다. 선생님들에게도필요한 물건을 주문받았다.“선생님, 졸업하기 싫어요. 중학교엔 공작소가 없잖아요.”“중학교, 고등학교에도 우리 학교처럼 공작소가 있으면 좋겠어요.”졸업을 앞둔 6학년 학생의 귀여운 투정에 웃음이 났다.“교장 선생님, 이 층 쉼터 앞 화장실 실내화 보관함을 이렇게 만들면 어떨까요?”작은 머리핀부터 화분 받침대, 조명 기구, 가구 등 무엇이든 척척 만드는엉뚱 공작소에서 아이들은 꿈과 행복을 키워 간다.유혜경 님 | 광주 마지초 교장
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둘이 행복하게new
2019.12.06   조회수 : 187    댓글 : 0개
“혼자 외롭게 살지, 둘이 괴롭게 살지 결정해.” “아니야, 나는 둘이 행복하게 살 거야!” 친구의 물음에 자신 있게 외치며 이 년 전 결혼했다.신혼의 기쁨은 잠시였다. 삼십 년 동안 다른 삶을 산 남녀가 함께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쌓여 있는 설거짓거리나 쓰레기는 늘 내가 치웠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엔 집안일이 밀린 광경을 보면 화가 났다. “왜 매번 내가 치워야해? 해 놓으면 안 돼?”남편이 서운해한 적도 있다. 남편은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반면 나는집중력이 부족한 편이다. 나한테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면 대화 중에 딴생각을 했다. 남편이 말했다.“내 말 무시해? 아까 한 얘긴데 기억 안 나?”일 년 동안 많이 싸웠다.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사소한 일로. 그러면서서로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서서히깨달았다. 사실 둘이 같은 게 더 이상하다. 생각, 습관, 자라 온 환경이다르니까.나와 다름을 인정하자 잔소리도 줄어들었다.상대를 나의 틀에 맞추지 않기. 나와는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기. 나의자유가 중요한 만큼 상대의 자유도 존중하기. 우리가 치열하게 싸우고 대화하며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다.친구 말대로 결혼 생활은 괴롭지만 인간으로서 성숙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친구에게 말할 수 있다. “둘이라서 괴로운 만큼 행복한 게 결혼이다.”변효지 님 | 서울시 송파구
이달의 좋은생각
[특집] 다시 봄이 오는 집new
2019.12.06   조회수 : 148    댓글 : 1개
“자네, 잘 사는가?” 예전 집주인 아저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반가웠다. 아저씨는 이사 간 집은 어떤지, 재개발 사무소에서 임대권을 받았는지 묻곤 동생에게 안부 전해달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내가 이십 대를 보낸 작은 전셋집. 나와 두 동생은 그곳에서 팔 년을 살았다.대학교 4학년 무렵,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내 인생도 끝난 것 같았다. 정신없는 나를 대신해 엄마 친구가 발품을 팔아 집을 알아봐 주었다. 가진 돈이 적어 얻을 수 있는 전셋집도 별로 없었다.어느 날 지역 생활 정보지에서 그 집을 보았다. 삼 층짜리 다세대 주택으로 일 층에서는 주인아저씨가 가게를 하고, 이 층은 세를 놓고, 삼 층에는 주인 부부가 아들과살았다.그곳은 바닥이 끈적거릴 정도로 지저분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청소하면 괜찮다는 엄마 친구의 설득에 계약했다.이사 전, 나와 동생은 청소에 돌입했다. 수세미로바닥을 문질러 묵은 때를 벗겼다.밥솥이 없어 한동안 음식을 배달 시켜 먹었다. 하루는 주인아주머니가 찾아와 냄비밥을 해 주었다. “전에 살았던 사람은 집을 함부로 쓰고 쌀쌀맞아서 힘들었는데 이번세입자들은 싹싹해서 기쁘네요.”아침 일곱 시면 어김없이 주인집에서 믹서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수업을 들으러 나갈 무렵이면 주인아주머니는 벌써 마당 청소를 끝내고 산에 간 뒤였다. 아저씨는 트럭에 유리와 창틀을 싣고 일 나갈 채비를 했다.나는 삶이 우울해 매일 밤 술을 마셨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상담실에서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달팽이처럼 천천히 회복했고 취업도 했다. 그사이 여동생은 직장을 그만두고 국비 지원을 받아 전문대에들어갔다. 남동생도 대학에 진학했다.집 마당엔 매화나무가 있었다. 봄이면 꽃향기가 가득했다. 정월 대보름엔 주인아주머니가 잡곡밥을 짓고 나물을 무쳐 주었다. 그곳에서 맞는 봄은 늘 따뜻했다.하루는 주인아저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집이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됐으니 이사 지원비를 신청하란다. 사무소에 문의하자 재개발 확정 건물의 세입자는 기한 내에 이사를 가야 한다고 했다. 대신 이사비로 수백만 원을 지원한다고.집에 오는 길, 주인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자네, 복권당첨됐네.”그로부터 이 년 뒤 우리는 이사했다. 선택의 폭이 넓어져 거실과 각자의 방이 있는집을 고를 수 있었다. 이사 지원금 덕에 좋은 가구도 들였다.우리는 이사를 마친 후주인아저씨댁에 선물을 했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 들어와 기뻤노라고, 어디 가서든 행복하게 살라고 말해 주었다.매화꽃이 하얗게 피던 그 집에서 우리는 다시 봄을 맞았다. 겨울이 가혹해 더 이상희망은 없다고 생각한 순간 행복이 햇살처럼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아저씨, 아주머니! 그 집에 살 때는 저희가 너무 힘들어 행복한 줄 모르고 지냈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참 좋은 곳에서 살았네요. 덕분에 취업하고, 가정을 이루고,하고 싶은 일을 준비할 수 있었어요. 따뜻한 봄기운을 나누어 주어 고맙습니다.”이소희 님 | 광주시 북구
이달의 좋은생각
[햇살마루] 말은 안 되지만new
2019.12.06   조회수 : 174    댓글 : 1개
한가한 오후였다. 관리 사무소에서 방송을 했다. 근처 경찰서에서 직접우리 아파트를 찾아와 자전거에 도난 방지용 인식표를 달아 준다는 거였다. 인식표를 부착하고 싶은 주민은 자전거를 가지고 정문 경비실 옆으로나오라는 내용이었다.우리 집에도 자전거가 두 대나 있으니 귀가 솔깃했다. 살면서 두어 번 자전거를 도둑맞은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을 한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멀쩡하게 있던 자전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때 느껴지는 비현실감말이다.자전거 혼자 산책이라도 갔나. 조금만 기다리면 아무 일 없었다는듯 제자리로 돌아올 것만 같은데 뒤늦게 현실을 인정하면서 느껴야 한 씁쓸함이 떠올랐다. 그런 일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다.내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 하나, 아이가 타고 다니는 보조 바퀴 달린 자전거 하나. 이걸 어쩌나. 마침 집에는 나혼자뿐이었다. 한꺼번에 두 대를 끌고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하나씩 갖고가자니 번거롭기도 해서 일단 인식표라는 게 뭔지 알아나 보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발 빠른 한 가족이 자전거 두 대를가지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십 대초반으로 보이는 경찰 두 명이 주민 못지않게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한사람은 대체 어느 시대 유물인가 싶은오래된 검은색 클립보드를, 다른 한사람은 고리로 연결된 플라스틱 인식표 한 무더기를 들었다.두 경찰은 서로 존대를 해 가면서인식 번호와 자전거의 차대 번호를 불러 주고 받아 적고 다시 확인한 뒤 인식표를 자전거 몸통에 부착하는 식으로 일했다. 계급은 경사인 듯했는데한마디로 일선 현장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관록 있는 경찰들이었다.잠깐 사이에 주민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자전거를 끌고 달려온 사람, 나처럼 일단 무슨 일인지 알고나 보자며 맨손으로 나온 사람 등등이 처음 도착해 기다리던 한 가족과 경찰을 에워싸며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여간 실망한 게 아니었다. 인식표라는 게 노란색플라스틱에 큼지막하게 동네 이름이 새겨진 데다 케이블 타이로 부착하는거라 너무 눈에 띄고 별로 견고해 보이지가 않아서였다. 에워싼 사람들을쭉 둘러보니 대체로 나와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시험대에 오른 첫 번째 가족도 난감해하는 표정이었는데 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 유난스러운 인식표를 자전거의 어느 구석에 부착해야 최대한 눈에 덜 띌까를 고민하는 듯했다.두 경찰은 무심하게도 자신들의 일에만 열심이었다. 그러니까 아주 중대한 임무에 몰두하는 선량한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이 꼼꼼하고 끈질기게그 일을 했다.두 경찰은 많은 사람에 둘러싸인 터라 자부심과 보람으로 어깨가 살짝굳은 상태였다.마침내 첫 번째 자전거에 인식표를 부착한 경찰이 몸을 일으키고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그러자 클립보드를 든 경찰이 동료를 치하하듯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이 동네에는 아직 자전거 도난 사건이 없습니다만, 벌써 세 건이나 있었습니다.”경찰은 의기양양하게 주위를 살폈고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인지 얼른 감이 오지 않았다. 도난 사건은 없었지만 벌써 세 건이나 있었다.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경찰의 얼굴에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떠오른 것과 똑같이 사람들의 얼굴에도 그런 표정이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졌다.그러곤 말이 안 되는 이 말을 이해했다는 듯사람들은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경찰의 말실수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비록 볼품없는 인식표라 해도 도난 예방에 효과가 있으니 자신들을 믿어 달라는 뜻으로 헤아렸다. 노련한 두 경찰도 긴장을 풀고 다음 자전거에 몰두했다.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 가운데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망원경을 선물로받은 소년은 종일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먼 곳도 보고 가까운 곳도 보고 거꾸로 뒤집어서도 보고……. 지루해진 소년은 망원경으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바랐다.소년은 날마다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 할머니를 떠올리며 같은 자리에 앉아 할머니의 시선이 향하던 곳을 망원경으로 보았다. 마침내 소년은 할머니가 그 자리에서 본 게 저녁 풍경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당신의 마지막 날이 어느 쪽에서 오는지 추측하려 한 할머니의 마음속을 소년은 난생처음 보았다.망원경으로 누군가의 마음속을 들여다본다는 건 말은 안 되지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비록 말이 되지 않더라도, 아니 어쩌면 말이 되지 않기때문에 그 말에 실린 진심을 더 분명하게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나는 두 경찰이 아주 많은 자전거에 인식표를 부착하게 되기를 바랐다.손홍규 님ㅣ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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