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카테고리

좋은생각 1월호를 소개합니다
2018.12.07   조회수 : 5,926    댓글 : 0개

‘다시’ 새해를 맞이합니다.

 

‘다시’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꿈꾸고,

다시 사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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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애호박 사세요
2019.06.07   조회수 : 515    댓글 : 2개
나는 군산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한다. 새로 나간 모임에서 누군가 내게 질문했다. “장사하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요?”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손님과 싸운 일은 강렬히 남았어도 행복한 기억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록 그 질문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래도 일을 시작한 지 3년째다. 언젠가 하루쯤은 눈물 쏙 빠지게 행복한 날이 있지 않았을까?그날 이후 하루하루를 좀 더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손님들과얘기를 나누는 중에 ‘이런 게 행복이 아닐까’ 싶은 순간이 왔다.“손님, 오늘은 애호박을 사셔야 합니다.” “왜요?”“잘 안 팔립니다. 하하.” “뭐예요, 호호. 애호박은 아직 집에 남았는데.”“괜찮아요. 저도 그냥 말 걸고 싶어서 그랬어요.”애호박을 소재 삼아 손님과 이야기하며 웃을 때, 과자를 선물받은 아이가엄마를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볼 때, 아이에게 풍선으로 꽃을 만들어 주자 세상을 다 가진 듯 함박웃음 지으며 좋아할 때…….이런 일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 특별해 보이는 일은 아닐지라도 이웃과 대화하고 웃음을 나누는 순간 물통에 물감이 퍼져 나가듯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어쩌면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사랑할 땐 사랑을 모르는 것처럼 행복할 때는 행복한지 모르는 것일지도.나태주 시인은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노래가 있다는 것.”대단한 사건이나 수중에 큰돈이 없더라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이아니더라도 함께 웃으며 이야기 나눌 이웃이 있어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지도 모른다.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손님, 오늘은 애호박을 사셔야 합니다!”김경욱 님 | 마트 주인
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보물찾기
2019.06.07   조회수 : 418    댓글 : 1개
휴일 저녁, 엄마와 거실에 나란히 앉아 티브이를 보았다. 부모가 출근하거나혼자 유치원에 가야 할 때마다 우는 아이가 등장했다. 엄마가 말했다. “꼭 너같다.” 나도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곧잘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엄마는 어느날부턴가 내 습관이 차츰 고쳐졌다고 했다. 내가 되물었다. “기억 안 나? 엄마가 선물 숨겨 두고 갔잖아. 출근하기 전에.”내가 일어나면 엄마는 이미 출근해 집에 없었다. 매번 안방으로 달려가 엄마베개 냄새를 맡으며 울곤 했다. 나를 달래는 것은 외할머니 몫이었다. 할머니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엄마가 집에 선물 숨겨 두고 갔어. 찾아볼래?”나는 선물이라는 말에 얼른 눈물을 닦았다. 그러곤 온 집 안을 돌아다니며선물을 찾기 바빴다. 선물은 날마다 달랐다. 리본이나 방울이 달린 머리 끈,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 초콜릿 과자……. 숨긴 장소 또한 늘 달랐다. 소파 구석, 피아노 의자 안, 베란다 창문 커튼 사이 등등. 나는 보물을 찾고나서야 유치원에 갈 준비를 했다.엄마는 도통 기억을 못하는 눈치였다. 내가 길게 설명하자 엄마 표정이 더욱묘해졌다. 엄마는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한 번도 네 선물을 산 적이없어. 네가 어려서 잘 몰랐겠지만, 그때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려웠거든. 아침에는 출근 준비만으로도 벅찼고.” “그러면 그 선물은 다 뭐야?” “할머니가 준비한 거겠지.”사실을 알고 나니 멍해졌다. 엄마와 나만의 소중한 추억이라고 여겼는데, 우리 둘을 위한 할머니의 손길이었다니. 생각해 보면 일하느라 바쁜 엄마는 내가무슨 캐릭터를 좋아하고 어떤 과자를 즐겨 먹는지 잘 몰랐을 것이다. 아기 때부터 나를 키운 할머니라면 모를까. 게다가 선물은 내가 잘 찾을 수 있는 눈높이에 숨겨져 있었다.티브이 속 아이는 어느새 방긋방긋 웃으며 놀고 있었다. 엄마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우리 엄마가 널 그렇게 키웠구나.”엄마 얼굴에는 웃음과 그리움이 섞여 있었다. 그날 나는 할머니 생각이 나서 밤잠을 설쳤다.김연수 님 | 인천시 계양구
이달의 좋은생각
[특집] 뚜벅뚜벅
2019.06.07   조회수 : 506    댓글 : 1개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 나는 ‘뚜벅뚜벅’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아버지와 가족처럼 산 누렁이 때문이다.아버지는 곡식을 읍내 오일장에 실어 나르는 달구지꾼이었다. 평생 소를 벗 삼아 농사지으며 살았다. 사람은 밥 한 끼 걸러도 괜찮지만 말 못하는 동물을 굶기면 벌 받는다고말할 정도로 소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읍내 남원 장까지 이십 리 길. 아버지는 소가 힘들까 봐달구지에 타지 않고, 나란히 뚜벅뚜벅 걸으며 대화를나누었다. 짐 가득 싣고 고갯길을 오를 땐 목을 긁어 주고 얼굴을 쓰다듬으며 소가 힘내도록 추임새를 넣었다.어린 시절, 농촌에서 소는 재산 목록 1호였다. 밭에 나가 쟁기질, 써레질을 하고 달구지를 끌며 두 사람 몫을 톡톡히 해냈다. 아버지는 소에게 무리한 일을 시키지 않고 틈틈이쉬게 해 주었다. 가마솥에 보리와 쌀겨를 듬뿍 섞어 여물을 쑤어 주고, 어디를 가든 앞에서 고삐를 잡는 대신 제 속도대로 걷도록 배려했다.장에 다닐 땐 목에 들꽃 한 묶음을 걸어 주고 고삐에 빨강, 파랑 리본을 감아 소의 기분을 좋게 했다. 아버지는 소의 숨소리만 듣고도 마음을 알아차리고 추슬러 주었다. 소는 아버지와 애환을 함께한 동반자요, 소중한 친구였다.아버지는 달구지를 끄느라 생긴 신경통으로 고생하면서도 2남 2녀를 묵묵히 키웠다. 가족들은 힘들어도 바른길만 고집하는 아버지를 답답해했다. 우리도 읍내 나가 작은 점방이라도 하나 차리면 이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만큼 사는 것도 고마운 일이라며 누렁이와 뚜벅뚜벅 일만 했다.세월이 흘러 돌이켜 보니 세상의 순리 따라 별다른 욕심 없이 느리게 산 아버지 뜻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동네에 궂은일이 생기면 솔선수범하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참 지혜로웠다. 지금 내가 삶에 고마워하는 것도 아버지와 누렁이가 뚜벅뚜벅 쟁기질하고 달구지 끄는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 아닐까.행랑채 헛간에 걸린 아버지의 지게와 쟁기 그리고 손때 묻은 농기구를 보았다. 아버지가 평소 햇볕을 쬐며 쉰 감나무 옆 낡은 의자에 앉으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버지와의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아버지는 정미소 마당에서 노는 나를 주막으로 불렀다. “어서 들어와라. 춥다.” 갈퀴 같은 딱딱한 손으로 내 손을 끌어 연탄불을 쬐게 하고 두툼한 돼지고기를 입에 넣어 주었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나하게 취해 “못살아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하고 노래 부르면 논에 있는 기러기들이 놀라 푸드덕 날아올랐다. 장에 간 아버지를 마중나가면 어둠 속 소쩍새, 부엉이, 개구리 울음소리에 무서워하면서도 소달구지를 끌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아버지에게 과자 사 왔느냐고 묻기 바빴던 철부지 시절도 생각난다.행랑채에 걸린 누렁이 워낭을 가져와 베란다에 달아 두었다. 바람이 불면 산사의 풍경처럼 땡그랑땡그랑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면서 고향의 풍경이 떠오른다.아버지는 사 년 전 세상을 떠났다. 고향 산에 누워 농사지었던 들판과 동네, 집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다. 아버지가 그리우면 워낭을 살며시 흔들어 본다. 아버지와 누렁이 덕분인지는 몰라도 내 사전에 자동차는 없다. 유년 시절 아버지와 누렁이처럼 뚜벅뚜벅 산하를 거닌 기억 따라 평생 이 말을 좋아하며 살까 한다.강석두 님 | 서울시 강북구
이달의 좋은생각
[햇살마루] 기분이라는 저울
2019.06.07   조회수 : 496    댓글 : 0개
집 근처에 대학이 있어서 가끔 그곳으로 산책을 간다. 학교를 한 바퀴 걷다가 커피를 한잔 사 먹기도 하고, 운동장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의자에앉아 그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야구 시합이 열렸다. 아마추어 야구 시합인 듯싶었는데, 팀 옷을 갖춰 입은 사람이 반 정도, 개인 운동복을 입은 사람이 반 정도 되었다. 그들을 보자 최근에 본 웹툰(인터넷 만화)이 생각났다. 사회인 야구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었다. 한 선수가 감독에게 강팀의 조건에대해 묻는다.그때 감독이 진지하게 고민하다 이렇게 대답한다.“동계 점퍼, 풀오버(스웨터), 팀 가방.” 그러면서 덧붙여 설명하길 그걸 다 갖춘 팀에게 이겨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의자에 앉아 야구 시합을 보면서 지금 시합을 하는팀들은 그 세 개 중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동계점퍼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다지 경기를잘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투수는 스트라이크보다 볼을 더 많이 던졌는데, 내가 타자라면 가만히 서 있다가 볼넷으로걸어 나갈 것 같았다. 그런데도 많은 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중 장타를때리는 선수도 종종 있었지만 삼진을 당하는 선수가 더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생각했다. 가만있지. 그러면 볼인데.투수의 제구가 잘 잡히지 않아 몸에 맞는볼도 종종 나왔다. 그래도 선수들은 방망이를 휘두르고 삼진을 당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일요일 오후에 보기 좋은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 프로 야구 경기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방망이를 휘두르고, 파울을 치고, 땅볼을 치고, 삼진을 당하는 것. 그 풍경이 좋았다. 기분이좋아졌다.그러다 갑자기 ‘기분이 좋다’는 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언제 마지막으로 기분이 좋았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나는 기분이 좋은 적도 별로 없었고,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 적도 별로 없었다. 그냥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태. 나는그런 감정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휴대 전화를 꺼내 기분이라는 한자를 찾아보니, ‘기운 기(氣)’에 ‘나눌 분(分)’이었다. ‘기’는 당연히 예상된 한자였지만 ‘분’은 예상 밖이었다. 나눌 분이라니.수십 개의 결. 수십 개의 느낌. 수십 개의 감정. 나는 내 마음속에 저울이 있다고 생각해 보았다. 지금 저 삼진을 당하는 타자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올려 보았다. 1.5 정도. 눈금이 한 개 반 올라갔다. 일요일 오후. 의자에 앉아서 나는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기분이 좋았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삼 주 전인가. 가벼운 등산을 갔다가 부부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을 때. 부부는 내 앞에서 걷고있었는데, 아내가 남편에게 어느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그때거기서 본 나무 기억나? 뭐 그런 대화였다. 남편이 전혀 기억을 못하자 아내가이렇게 말했다. 당신 개똥 밟았을 때. 그 말에 남편이 아, 거기, 하고 대답했다.그들의 뒤에서 나는 그 대화를 듣고 빙그레 웃었다. 하산하는 내내 그 말이 재미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은 2 정도. 어린이날 가족하고 식사를 하다 중학생이 된 조카와 어린이의 나이 기준에 대해 토론한 기억도 났다. 그 순간의 기분은 몇일까? 나는 3과 4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 3으로 결정. 눈금이 너무 높으면 0으로 내려오는 게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0을 잘 유지하는 것이니까.야구 시합을 하는 사람들은 누가 이기고 지든 상관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져도 기분이 0 아래로 내려갈 것 같지 않았다. 사회인 야구를 그린 웹툰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감독은 강팀의 조건을 한 가지 더 말한다. 그건 바로 어묵이라는 것이다. 더그아웃(야구장의 선수 대기석)에서 어묵을 끓여 먹는 것. 그게강팀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론인가 싶지만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따뜻한 국물에 손이 녹아 공이 잘 잡히고, 배가 불러타격도 잘되는 법이라고. 나는 야구 시합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서 말해 주고싶었다. 겨울이 되면 어묵탕을 끓여 먹으라고. 그러면 그때 구경을 하러 오겠다고. 그 풍경을 생각하자 다시 기분의 눈금이 1로 올라갔다.그날 이후, 나는 자기 전에 창을 열고 하늘을 본다. 달을 보기 위해서다. 달을 보고 나면 기분의 눈금이 0.5 정도 올라간다. 내 생각엔 그 정도가 자기 전에딱 적절한 기분이었다.윤성희 님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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