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카테고리

[좋은님 에세이] 빚
2018.09.07   조회수 : 1,810    댓글 : 2개

허허이제 용돈 보내는 재미 없이 무슨 낙으로 사노.” 첫 월급으로 부모님에게 내의를 선물했다아버지는 취업한 나를 대견해했다.

 

고교 시절 집 떠나 자취할 때부터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받았다날짜나 액수가 정해진 건 아니었다돈이 떨어져 전화하면 기다렸다는 듯 보내 주었다농사일은 고정 수입이 없는 걸 아는지라 받을 적마다 죄송했다어려운 형편에 대학까지 보내 준 부모님에게 늘 빚진 마음이었다빨리 졸업해서 그 신세를 면하고 싶었다. 

 

직장을 얻자 부모님에게 손 벌릴 일은 없겠다 싶었다하지만 막상 결혼하려니 전셋집 얻느라 도움 받아야 했다몇 번의 이사 끝에 어렵게 집을 장만했다부모님은 아들의 새집에 기쁜 마음으로 다녀갔다며칠 후 전화가 왔다. “아범아돈 보냈다아직 빚이 많이 남았제?” 대출금이 큰 걸 알고 마음이 쓰였단다부모님 돈이 은행 빚보다 더 무거웠다. 

 

얼른 부모님 빚부터 갚으리라 다짐하고 열심히 살았다그러나 쉽지 않았다돈이 조금 모인다 싶으면 은행 이자가 먼저 빠져 나갔다그러다 둘째가 태어났다늘어난 살림살이에 더 넓은 집으로 옮기면서 칠 년이 흘렀다. 

 

부모님은 오랜만에 들른 아들 내외를 반갑게 맞았다팔순을 앞둔 아버지는 그새 더 수척해졌다칠칠찮은 아들 탓인 듯해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저녁상을 물리고 부모님과 마주 앉았다나는 아버지 앞으로 통장을 내밀었다. “이게 뭐고?” “저 이제 빚 없어요다 갚았어요.” 한사코 돌려주려는 부모님과 실랑이한 끝에 애써 건네고 고향 집을 나섰다마음이 홀가분했다. 

 

배명섭 님 대구시 수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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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이석진
20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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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홀가분 했겠습니다
신선미
2018.10.01
삭제
감동이시네요.
한사코 마다 하셨지만
부모님께서 엄청 기뻐하셨으리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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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사람 덕분에
2019.01.08   조회수 : 394    댓글 : 1개
벌써 스무 해 전 일이다. 악기점 전속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던 나는 일거리가 없을 때 종종 악기 파는 일을 맡곤 했다. ‘다른 일도 아니고 영업이라니…….말주변이 없어 어떻게 손님과 마주하지?’ 걱정과 달리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가끔 사람 때문에 힘들면 세상 어딜 가나 마찬가지라 여겼다.혼자 여유롭게 구경하길 원하는 사람과 말 붙여 주길 바라는 사람을 재빠르게 구별해야 했다. 말 잘하는 능력이 없으니 오직 진정성으로 다가갔다. 결과가 나쁘지 않았기에 ‘그래, 내가 사람 파악은 좀 잘하지.’라며 슬며시 자만하기도 했다.지금 나는 다시 사람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 마을에 공간을 하나 얻어집에 쌓아 둔 책으로 ‘서재 도서관’을 만든 지 햇수로 오 년. 그동안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첫인상이 좋다, 나쁘다, 무뚝뚝하다, 친절하다, 따뜻하다, 차갑다……. 얼굴을 아는 이와 모르는 이가 무심코 던지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때론 부서지기도 했다. 그럴 적마다 ‘첫인상이 별로야.’라며 잘 알지도 못하는누군가를 쉽게 판단한 나를 되돌아보았다.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곳이라 발걸음 해 주는 사람을 그저 반갑게 맞을 수밖에 없다. 이곳에 오래 있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숨은 매력, 좋은 면, 내가배워야 할 모습을 차츰 알아 갔다. 해를 거듭할수록 ‘사람에 대해 함부로 얘기할 수 없구나.’ 하고 느꼈다. 사람 보는 눈만은 정확하다고 자신한 지난날의 내모습이 부끄러웠다.서가에 꽂힌 다양한 책처럼 나이와 생김새, 성격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에게서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손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요.뭐든 보태고 싶어요.”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 곰곰이 보지 않아 알아채지 못했을 뿐 누구에게나 이런 선의가 있는 걸까? 수고로운 일과 서로의 고된 일상을 기꺼이 나누려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도움이 되고 싶어 하고, 그럴 때 기쁨을 느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이곳에서는 사람 ‘덕분에’ 울고 웃는 일이 많다. 이곳을 떠올리면 마음이 절로 따듯해지는 이유다.박소영 님 | 서재 도서관 책 읽는 베짱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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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님 에세이] 연필로 쓴 일기
2019.01.08   조회수 : 403    댓글 : 5개
할아버지 서재에서 오래된 서류철을 발견했다. 어린 내가 건넨 천 원짜리 지폐부터 장난스럽게 쓴 낙서까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가림이가 처음으로 할아버지 아껴 쓰시라고 용돈 줌.” “가림이가 할아버지에게 처음 쓴 편지.”“가림이가 자기는 가수 god(지오디) 오빠들과 결혼하겠다고 그림을 그려서 줌.”할아버지는 자신이 세상에 없어도 그걸 간직해 달라고 당부했다.“이건 너만이아니라 내 것이기도 해. 그러니 버리지 말아라.”할아버지는 그 서류철을 얼마나 펼쳐 봤을까. 우리의 시간들을 몇 번이나떠올렸을까.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기억은 연필로 쓴 일기 같아서 종종 꺼내 덧칠하지 않으면 옅어지는걸.유치원 시절, 나는 맞벌이하는 부모님 대신 할아버지와 등원 준비를 했다.덕분에 우리는 많은 것을 함께했다. 나는 집에서 유치원까지 혼자 걸어가기도했는데, 그때마다 할아버지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나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나는 걸어가다가도 몇 번이고 뒤돌아 할아버지가 나를 잘 보는지 확인했다. 가끔은 우스꽝스럽게 엉덩이춤을 추면서 걸어갔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크게 웃으며 빨리 가라고 손을 내저었다.대학생이 된 나는 더 이상 뒤돌아보지도, 할아버지를 웃기려 춤추지도 않는다. 할아버지는 앞만 보고 가는 내가 야속할까? 아니면 다 컸다고 기특해할까?할아버지가 내 세상의 전부인 때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 세상엔 점점새로운 게 생겨났고, 나는 지나간 것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흐릿해진 연필 자국을 외면할 때도 할아버지는 우리의 일기를 덧칠했다. 오래된서류철 사이로, 우리가 살던 아파트 창문 위로.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끔 그 일기를 들추어 보는 것, 희미해진 글자들을 조금씩 덧쓰는 것.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한 할아버지 마음도 눌러 담아.전가림 님 | 경기도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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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쌍치? 쌍치!
2019.01.08   조회수 : 264    댓글 : 1개
“유진아, 발령 어디로 났어?”“쌍치.”“응?”내 첫 발령지는 순창에 있는 ‘쌍치’라는 곳이었다. 전화로 주소를 말할 때면 “치약 할 때‘치’요.”라고 대사처럼 읊었다. 내가 사는 전주에서 쌍치까지는 차로 50분이 걸렸다.쌍치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고불고불 고개를 넘자 산동네가 나왔다. 다 왔나 했더니 거기서부터 또다시 들어간 뒤에야 조그만 면내가 나타났다. 그 와중에 앞차가 갑자기 멈추었다.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고 주민과 한참 안부를 나눴다.카페, 편의점은 가당치도 않은 얘기였다. 하나 있는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 먹으려고 몇번을 어슬렁거렸으나 매번 문은 닫혀 있었다. 쌍치가 고향인 동료에게 물으니 주인이 열고싶은 때만 연단다. 특히 농번기에는 거의 열지 않는다고. 기회가 되어 맛본 통닭이 맛있어또 시키려 했더니, 그 집은 겨울에만 장사한다는 게 아닌가. 장이 들어설 때만 머리를 자를 수 있다며 바삐 자리를 뜨는 직원을 보면 딴 세상 같았다.쌍치를 벗어나 전주에 오면 대도시처럼 보였다. 빌딩은 왜 이렇게 높으며, 도로는 어쩜이리 쭉쭉 뻗었는지. 밤에는 수많은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에 뉴욕이 떠오르기도했다.첫인상이 좋지 않은 쌍치는 봄이 되자 내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산동네에도착하면 줄지어 선 벚나무들이 꽃잎을 흩날리며 나를 맞이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벚나무가 가지를 뻗어 벚꽃 터널을 만들었다. 이 시기에는 도시 사람임이 분명한운전자가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꽃들이 만발한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새벽에 내린 비가 짙은 안개를 만들어 산에 걸린 구름 속을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페루의 신비로운 도시 마추픽추로 향하는 느낌. 우리나라로 치면 배추 도사, 무 도사가 사는 구름 나라 같달까.가을에는 들판에 무수히 핀 구절초가 내 눈길을 빼앗았다. 축제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출근하는 대신 천막에서 부침개나 먹고 싶어졌다.쌍치의 겨울은 위험하고도 고혹적이었다.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귀농한주민은 쌍치에 오고 나서 겨울다운 겨울을 보내 좋다고 했다. 눈이 무릎 아래까지 쌓인날에는 미끄러운 고개를 넘지 못해 헛바퀴 도는 자동차를 여럿 볼 수 있다. 퇴근 시간까지내리는 눈을 보면 버스가 들어오지 못해 쌍치에 갇힐까 걱정했다. 다행히 무사히 쌍치를빠져나와 다음 날 버스로 출근하면, 밤새 내린 눈이 만든 순백의 경치가 아름다워 나도모르게 휴대 전화 카메라로 마구 찍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들이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강물이 얼음을 피해 졸졸 흐르는 모습을 보노라면 출근 중인지 여행 중인지 헷갈리기도 했다.나는 쌍치에서 두 번의 겨울을 보냈다. 곧 집과 가까운 곳으로 근무지를 옮길 예정이다.이곳을 떠나 도시에서 운전하다 보면 아름답고 여유로운 쌍치가 그리워지지 않을까.홍유진 님 | 전북 전주시
이달의 좋은생각
[햇살마루] 당신의 선물은 무엇입니까
2019.01.08   조회수 : 348    댓글 : 1개
며칠 전 베트남에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커피 선물을 받았다. 베트남 여행을다녀온 사람들로부터 받는 그 나라 특유의 커피였다. 잊지 않고 내 선물까지챙겨 준 것은 고마운 일이었으나 찬장에는 그 커피가 이미 대여섯 상자는 있었다. 모두 베트남에 다녀온 분에게 받았다.태국에 다녀온 친구로부터는 마뚬차(태국 전통차)와 허브 비누를, 인도에 출장 갔다 온 분에게는 수분 크림과 향을, 일본에 다녀온 가족에게선 쯔유(일본조미료)와 젓가락, 두통약을 선물받곤 했다. 모두 그 나라 특산물이거나 선물하기 좋은 제품이라고 소문난 것이다.특산물 선물은 해외여행만이 아니다. 여수에 다녀온 부모님은 갓김치를, 강원도에 다녀온 후배는 옥수수와 오징어를 보냈고, 제주도에 사는 선배는 겨울마다 귤을 보내 준다. 특산물 하나 변변치 않은 지방에 사는 게 머쓱해질 지경이다.먼 여행길에 오른 사람에게 받는 선물이 반복된다 해도 그걸 상상력 부족이라든지 안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먼 곳에서도 나를 생각해 주었다는 것이니, 선물의 진가는 충분히 발휘된 것이다. 선물을 챙기며 나를 떠올렸을 그 사람, 그 시간에 대한 뭉클한 감격이 바로 선물 자체인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그렇게 받은 선물들은 늘 뜯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아깝기도 하거니와 나를 생각해 준 상대의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이다.얼마 전, 나 역시 오래 계획한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를 키우느라, 회사에 다니느라, 각자 살 일이 바빠 제대로 만나지 못한 친구들과의 여행이었다. 주부들의 여행이란 으레 그렇듯이 제법 오랜 준비를 해야 했다. 우리는 여행지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일정과 차편, 아이들을 맡길 일과 돌아와 일상을 유지하기위해 미리 준비해 둘 일을 챙기느라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그래도 신나고즐거웠다. 근 십여 년 만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가족이 아닌 이들과 떠나는 일은 이례적이고 오랜만이었다. 나만 들뜬 것이아니라 어쩐지 두 아이도 흥분한 모습으로 나를 배웅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을 나서는데 열 살짜리 둘째가 소리쳤다.“엄마, 꼭 선물 사 와!”아뿔싸! 녀석이 칭얼거리지 않고 선뜻 다녀오라고 한 데에는 그런 꿍꿍이가있는 것이었다. 나는 선심을 쓰듯 알겠다고 크게 말하곤 집을 나섰다.오랜만에 친구들과 보낸 하룻밤은 달콤하다 못해 황홀할 지경이었다. 통화나 메신저로만 나누던 대화였다. 목소리와 글자가 아닌, 직접 얼굴을 보며, 손을 매만지며, 웃고 울며 떠드는 그시간이 그렇게 짧을 수가 없었다.그리고 헤어지는 날이 되었다. 선물을 사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나에게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여행 선물은 특별한 것이 아닌 생활용품을 사는 것. 손톱깎이나 국자, 김치 통이나 슬리퍼 같은 것들.물론 지역 특산물을 사는 것이 그 여행지를 기념하는 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나는 다만 곁에 두고 오랫동안 그 여행지를 떠올리는 무언가를 갖고 싶다. 먹고 나면 까먹고 마는, 쓰고 나면 잊히고 마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내 옆에 둘 수 있는 것.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처음으로 떠난 외국 여행에서 빈티지 민소매 티셔츠를 사 왔다. 한여름에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집안일 할 때 그 티셔츠를 입으면어쩐지 덜 억울한 기분이 들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순천 여행지에서 산 솜바지는 겨울 낚시 철에 요긴하게 입는다. 속초에서는커피 그라인더를, 광주에서는 스카프를, 화순에서는 빗을, 청도에선 냄비를,남해에서는 LP(엘피) 플레이어를 사 왔다.간절한 여행일수록 그곳에서 사 온 물건에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산 컵에 마시는 커피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고, 거기서 사 온 거울로 보는 내가더 반짝여 보이며, 그 여행지에서 사 온 사기그릇에 담아 먹는 시금치가 더 남다른 맛이 나는 것처럼. 착각이나 기분 탓이겠지만 얼마나 황홀한 여독인가!이제 곧 봄이 되면 많은 이가 봄나들이를 나갈 것이다. 올해만큼은 지역 특산물 말고 조금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길 권하고 싶다. 귀이개나 탁상시계, 액자도 좋고, 동전 지갑, 튀김 요리기 같은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욕실 커튼이나 베개 보, 스테이플러 같은 건 어떨까.아, 그래서 강릉 여행에서 내가 사 온 선물은 닭 강정이나 오징어순대가 아니라 가족 파자마 네 벌이었다. 식구들이 쪼르륵 그 옷을 입고 있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십여 년 만에 떠난 친구들과의 여행을 떠올리며 혼자 빙그레 웃을 것이다.김이설 님 | 소설가
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사랑하면 변한다
2018.12.07   조회수 : 1,351    댓글 : 4개
한 달여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며 내심 기대했다. 우리 집 강아지가얼마나 열렬하게 나를 맞아 줄지. 콧노래를 부르며 현관문을 열었다. 고요했다. ‘엄마가 얘를 데리고 산책 나갔나?’ 한데 엄마의 운동화는 그대로 있었다.걱정되는 찰나 내 방 침대에 벌러덩 누워 있는 강아지가 보였다. 배낭을 내팽개치고 달려가 껴안았다. 녀석은 그제야 내 얼굴을 핥았다.우리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녀석을 데려왔다. 다른 강아지들에 치여 구석에서 떨고 있던 아이였다. 녀석은 집에 온 뒤로도 얼마간 우리 눈치를 봤다. 작은소리에도 놀라고 손님이 오면 침대 밑으로 숨었다. 그런 녀석이 이제는 내 방침대에 평온하게 누워 있다. 사랑받은 티가 줄줄 흘렀다. 처음 만났을 때의 까슬한 털과 탁한 눈동자는 어디에도 없었다.그날 밤 엄마 옆에 누워 그 일을 말했다. 엄마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내가 서열 4위로 밀려난 거라고 했다.“너 없는 사이에 네 방도 걔 줬어.”“너무하네.”“처음엔 털도 지저분하고 얼굴은 시꺼먼 게 못생겨 보였는데 정붙이고 나니까사랑스럽기만 하더라.”나와 아빠는 귀여워할 줄만 알았지, 실질적으로 녀석을키운 건 엄마였다. 하지만 매일 안고, 산책시키고, 씻기면서도 엄마가 녀석에게곁을 내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상처 때문인듯했다. 그런 엄마가 녀석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 것이다.“〈동물농장〉 보면 어쩜 저렇게 생겼나 싶은 개들도 나오잖아. 근데 정붙이고나면 마냥 귀엽단 말이지. 사실 사람도 그래. 우리끼리는 예쁘다, 못났다 기준을 나누지만 우리를 만든 신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예뻐 보이지 않을까?”문득 여행지에서 찍은 내 사진을 보며 “이건 눈을 감았고, 이건 턱이 비뚤어지게 나왔어.” 하고 여러 장을 삭제한 게 떠올랐다. 생각이 깊어지는 밤, 녀석은 코까지 골며 우리 다리 사이에서 잠들었다.이유진 님 | 서울시 강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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