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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빚

허허이제 용돈 보내는 재미 없이 무슨 낙으로 사노.” 첫 월급으로 부모님에게 내의를 선물했다아버지는 취업한 나를 대견해했다.

 

고교 시절 집 떠나 자취할 때부터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받았다날짜나 액수가 정해진 건 아니었다돈이 떨어져 전화하면 기다렸다는 듯 보내 주었다농사일은 고정 수입이 없는 걸 아는지라 받을 적마다 죄송했다어려운 형편에 대학까지 보내 준 부모님에게 늘 빚진 마음이었다빨리 졸업해서 그 신세를 면하고 싶었다. 

 

직장을 얻자 부모님에게 손 벌릴 일은 없겠다 싶었다하지만 막상 결혼하려니 전셋집 얻느라 도움 받아야 했다몇 번의 이사 끝에 어렵게 집을 장만했다부모님은 아들의 새집에 기쁜 마음으로 다녀갔다며칠 후 전화가 왔다. “아범아돈 보냈다아직 빚이 많이 남았제?” 대출금이 큰 걸 알고 마음이 쓰였단다부모님 돈이 은행 빚보다 더 무거웠다. 

 

얼른 부모님 빚부터 갚으리라 다짐하고 열심히 살았다그러나 쉽지 않았다돈이 조금 모인다 싶으면 은행 이자가 먼저 빠져 나갔다그러다 둘째가 태어났다늘어난 살림살이에 더 넓은 집으로 옮기면서 칠 년이 흘렀다. 

 

부모님은 오랜만에 들른 아들 내외를 반갑게 맞았다팔순을 앞둔 아버지는 그새 더 수척해졌다칠칠찮은 아들 탓인 듯해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저녁상을 물리고 부모님과 마주 앉았다나는 아버지 앞으로 통장을 내밀었다. “이게 뭐고?” “저 이제 빚 없어요다 갚았어요.” 한사코 돌려주려는 부모님과 실랑이한 끝에 애써 건네고 고향 집을 나섰다마음이 홀가분했다. 

 

배명섭 님 대구시 수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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