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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특집] 아빠의 청춘

부모님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이혼했다우리 사 남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일가친척이 모이는 명절이면 엄마의 빈자리는 더욱 컸다친척들은 우리 눈치를 살피며 이혼이나 엄마라는 말을 조심스러워했다우리 때문인가 싶어 마음이 불편했다가족이 티브이를 보다가도 이혼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괜히 서로 멋쩍어 슬쩍 채널을 돌리곤 했다아빠의 어깨도 한 뼘쯤 더 처져 보였다.

 

어느 명절친척들과 노래방에 갔다가족별로 노래하는데첫째 작은아버지가 작은어머니와 노래를 불렀다그리고 둘째 작은아버지 내외도 마이크를 잡았다부부끼리 부르기로 정한 것도 아니었는데사촌들이 어리다 보니 부모님과 함께 부를 만한 노래가 없었다. 

 

우리 집 차례가 왔다. 나는 뭘 불러야 하나.” 아빠는 혼자 부르기 어색한 듯 책을 뒤적거렸다. 아빠제가 부를게요!” 그때 큰오빠가 벌떡 일어서더니 기기에 번호를 눌렀다우리 남매들은 어릴 적부터 워낙 숫기가 없었다어디 나가 노래 부르는 건 쥐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큰오빠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뭘 부르려고 그러나.’ 온 가족이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제목이 크게 떴다아빠의 청춘아빠는 놀란 눈치였다. 전주가 흐르고 아빠를 위한 큰아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세상에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아들딸이 잘되라고 행복하라고.” 

 

후렴에서 큰오빠의 목소리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원더풀원더풀아빠의 청춘브라보브라보아빠의 인생.” 

 

2절이 시작하자 아빠는 큰오빠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함께 불렀다노래가 끝나고 온 가족의 박수가 이어졌다나는 눈물이 나는 걸 간신히 참았다그간 아빠를 보며 마음이 무척 아픈 터였다.

 

그 뒤로 아빠의 청춘은 우리의 애창곡이 되었다가족이 모이면 어김없이 이 노래를 부른다그날 이후서로 표현하지 못했던 무거운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진 듯했다아빠의 미안함도아빠가 힘을 내길 바라는 우리 마음도 그 노래로 전해졌다언제나 청춘처럼건강하게 원더풀’ 할 아빠의 삶을 응원한다.

  

김소연 님 경기도 남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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