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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냉동 잠옷

서울 사는 딸과 막내아들한테 다녀오려고 짐을 꾸렸다. 자식들에게 줄 것을 싸다 보면 이리저리 뒤섞이기 일쑤였다. 막내가 즐겨 먹는 생선은 얼려서 넣고, 사흘 우린 사골 국에 각종 밑반찬, 새로 담근 고추장과 갖은 양념까지 올망졸망 챙겼다. 행여 터질까 싸고 또 싸고, 하나라도 더 넣으려 꾹꾹 눌렀다. 꼬박 한나절이 걸렸다.

 

바리바리 싸 들고 나선 길, 택시와 버스를 갈아탔다. 도착해서 보따리를 푸니 가관이었다. 짐작으로 냉동실, 냉장실, 옷장에 넣을 것을 나누어 정리했다.

 

한데 다음 날, 딸이 물었다. “참, 내 잠옷은요?” 직접 재봉해 만든, 시원하고 예쁜 여름 잠옷. 그제야 “아차!” 하고 여기저기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분명 넣었는데…….” 종일 온 집을 헤집어도 나타나지 않아 지쳐 포기했다. “정신없는 내가 흘리고 왔나 보다.” 하고 말았다.

 

한 달이 지났다. 싸 간 것들이 어느새 동나 냉장고가 비었다. 남은 재료로 뭘 해 줄까 하다 냉동실에서 고기 한 덩어리를 집었다. 한데 느낌이 이상했다. ‘시래기인가? 말린 토란대인가?’ 펴 보니 아뿔싸, 그렇게나 찾은 잠옷이었다. 얌전히 개어 포장한 그대로였다. 한 달 내내 냉동실에 있었다니, 상상도 못했다. 이후 그 옷 이름은 ‘냉동 잠옷’이 되었다. 지금도 뭘 찾다 없으면 아이들이 입을 모아 외친다. “엄마, 혹시 또 냉동실에 있는지 보세요.”

 

정경애 님 | 경기도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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