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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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소음에 대하여

놀이터 앞 저층 집에서 2년째 산다. 주말에 낮잠이라도 자려면 아이들이 시끄럽게 노는 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여름에 분수까지 나오면 소란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아무리 더워도 이중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엄마가 집에 며칠간 머물렀다. “너희 집은 왜 이렇게 조용하냐.” 나는 보란 듯 창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집 안을 가득 채웠다. “나도 좋아서 문 닫고 사는 거 아니거든요.” 내가 퉁명스레 말하자 엄마가 웃으며 답했다. “애들 소리 들으니 마음이 안정되고 참 좋다. 집 위치가 좋네.” 그러곤 나의 어릴 적 추억을 한참 이야기했다.

 

오늘 바람을 쐬려고 문을 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젊은 날의 엄마와 아빠, 걱정 없이 뛰노는 어린 시절 나와 오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껏 사랑받은 기억이었다. ‘내가 그토록 행복한 적 있었을까.’ 문득 바깥에서 노는 아이들도 그 ‘좋은 시절’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예전부터 아이들을 멀리했다. 아이들의 큰 목소리는 내게 소음이었다. 카페나 식당은 일부러 아이들이 없는 곳만 골라 다녔다. 하지만 실은 아이들을 부러워한 게 아니었을까. 어른이 되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걸 깨달을수록, 신이 나면 까르르 웃고 힘들면 엄마 품에서 실컷 울 수 있는 아이들을 질투한 게 아니었을까.

 

이제 문을 열고 귀를 기울이고 싶다. 아이들이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도록. 그 해맑은 모습에서 순수했던 나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혜송 님 | 충북 음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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