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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오늘의 만남] 새로운 마을

성북동 주민 센터에서 ‘마을 코디네이터’로 일한 지 삼 년째. 나에게 ‘이만 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루에 이만 걸음 걷는다는 뜻이다. 동네 구석구석 다니며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주민들이 모여 만든 ‘마을 계획단’과 함께 마을 가꾸는 일을 한다. 마을 계획단 덕에 성북동엔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그중 ‘미니 정원 만들기’ 사업이 있다.

 

한 주민이 쓰레기로 뒤덮인 공터나 자투리땅에 꽃과 나무를 심어 보자고 했다. 처음에는 모두 제집 앞을 먼저 꾸미고 싶어 해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서로 소통하면서 꼭 필요한 곳부터 가꿔 나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 앞 화단에 꽃을 심을 때는 주변 상인들까지 나와 쓰레기 정리, 가지치기를 도왔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여름엔 길가 자투리땅에 정원을 만들었다. 먼저 그곳에 쌓인 쓰레기를 치웠다. 무려 트럭 두 대 분량. 주민들은 땀 흘리며 일하는 우리를 보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한 할머니는 시원한 간식 사 먹으라며 만 원을 쥐여 주기도 했다. 깨끗해진 땅에 꽃을 심고 물을 주니 몰라보게 달라졌다.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던 길이 어느새 걷기 좋은 길로 바뀌었다.

 

가장 달라진 것은 마을 계획단에 참여한 주민들의 마음이다. 그동안 소원했던 주민들이 함께 꽃을 심고 난 뒤에는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처음엔 문을 두드리기도 어려웠지만, 이젠 집에 이웃을 초대해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찐 감자와 미숫가루를 나눠 먹는다.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에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한다.

 

하루는 여든에 가까운 단원 할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려던 문자 메시지를 실수로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마을 계획단에 열심히 참여하는 게 일상의 큰 활력이 된다.”라는 내용이었다. 할머니의 진심이 전해져 모두 뿌듯했다.함께하는 주민들이 있기에 나도 더욱 힘을 내 일한다. 마을은 시골에만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 성북동에서는 주민이 주민을 만나면서 새로운 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다.

 

박예순 님 | 마을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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