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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좋은생각

[좋은님 에세이] 키우는 재미

스물다섯에 들어간 첫 직장을 2년 만에 그만두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2년 가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부모님은 사 남매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토록 바라던 귀농을 했다. 이제야 짐을 내려놓고 농사일을 하는 부모님에게 면목이 없었다. 닥치는대로 이력서를 넣어 겨우 회사에 들어갔다.
첫 출근을 하고서야 알았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는걸. 바로 글쓰기였다. 어렵게 이룬 재취업이었으나 꿈을 놓고 싶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니 부모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첫 출근 어땠어?”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 “별로 할 말 없어. 그만두고 왔거든.” 부모님 얼굴이 굳으며 정적이 흘렀다. 일 초가 일 년처럼 흘렀다. 아버지는 한숨 쉬며 말했다. “이제 다 키운 줄 알았더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드디어 자식들에게 해방되나 싶던 부모님에게 다시 큰 짐을 지운 듯했다. “아직도 키우는 재미를 주네.” 아버지의 뒷말에 깜짝 놀랐다. 호되게 나무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크는 데까지 커 봐. 옆에서 잘 지켜봐 줄 테니까.” 아버지는 이제 다 커서 해 줄 게 없을 듯해 내심 적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농사든 자식 농사든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야 일하는 맛이 난다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작가 지망생이 된 지 벌써 일 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초조할 때면 부모님 말을 떠올린다.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이 내일을 향해 달려갈 힘을 주기에.


최정인 님 | 서울시 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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